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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xcuse me,
is there a flower shop nearby?

실례합니다,
이 근처에 혹시 꽃집 있나요?

Artist in Residency Building 2F, 162, Gaejwa-ro, Geumjeong-gu,

Busan, Republic of Korea

                                31th October, 2020

부산광역시 금정구 계좌로 162 예술지구_P

2021. 12. 15_2022.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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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1 >   (420*594mm), 2021

이 작업은 부산에서 머무르게 된 ‘예술지구_P 레지던시’에서 작가가 계획하 고 행동함으로써, 그러한 개입을 통해 이곳이 갖는 고유한 장소적 특징을 관찰하 고 개입적 설정을 통해 이 공간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상호작용과 공간의 재인식을 촉진하기 위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예술지구_P는 고속도로와 가깝고 시내버스 종점이 있는 공장지대 안에 위치해 있으며 스튜디오 건물 바로 위로는 고가 도로가 지난다. 회사와 공장이 대부분이 다 보니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이 많지 않고, 따라서 근린 주민 편의시설이나 휴게공간도 많지 않은 편이다. 다소 외진 데다 공장 시설을 활용해 만든 스튜디오는 거주지로서의 기능이 온전하지 않아 작업하며 생활까지 해야 하는 작가들로서는 이곳 환경에 빠르게 익숙해지지 않는 부분이 있다. 그러다 보니 작가들이 작업실로만 사용하게 되는 경향이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예술지구_P에는 이런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며 꽤 매력적인 부분도 있다. 소음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 여러 분야의 작가들이 비교적 자유롭게 작 업 할 수 있고, 또 괜찮은 전시실이 두 곳이나 있어 개인전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그럼에도 레지던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대부분이 개인전을 열었고 또 이를 위해 노력한 만큼 좀 더 많은 사람이 전시를 봤으면 하는 아쉬움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P의 매력을 돋보이게 하면서 아쉬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더 많은 사람들을 오래 머무르게 할, 또 그저 작업실로 활용하기 보다는 생활의 측면에 서도 더 낫게 할 방법은 없는 걸까.

프로젝트, 워크숍 위주의 작업을 해 온 나는 이 상황을 하나의 변화를 시도해 봄 직한 장면(scene)으로 보고 변화에 도움이 될 만한 개입이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다. 나의 관점에서 어떤 틀을 사용할지 고민하면서 자연스럽게 빵집, 커피 숍, 꽃집 등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우리는 거리를 거닐며 굳이 그 점포에 들어가 소비를 하지 않아도 오며 가며 빵 굽는 냄새, 커피 향기와 음악 소리, 꽃의 향기를 동반한 시각적인 아름다움 등을 감각한다. 이런 부분들은 우리의 삶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일상의 냄새와 소리와 이미지들을 통해 평소 안도 와 휴식 또는 풍요를 실감하는 것이다.

여기서 작가가 찾고 있는 ‘꽃집’은 위와 같은 일상의 감각들을 통칭하는 일종의 제유(synecdoche)이다. ‘혹시 이 근처에 꽃집이 있는지?’라는 물음에서 우리의 주변을 다시 인지하도록 유도하고, 또 익숙한 시선에 낯섦을 도입하기도 하면서 이때 일어나는 변화를 관찰하고자 한다. 바꿔 말하면 이곳에 다소 결핍되 어 있는 것을 새삼 들임으로써 사람의 숨결과 일상의 감각을 다시 긍정한다. 

 

나는 짐이 쌓이고 정리되지 않아 활용할 수 없었던 공간(스튜디오, 복도)을 워크 숍 활동이 가능한 구조로 다소 변화를 주었고 또 레지던시 생활을 기반으로 만 든 작업물도 설치한다. ‘꽃집’을 표방하는 이 공간에서 도자 화기 팝업스토어, 플 로리스트 원데이 클라스, 세미나, 비건 쿠키 굽기 등 미리 계획해둔 활동과 함께 음식을 매개로 대화를 촉진하는 워크숍을 진행한다. 달리 말하면 레지던시 안에 레지던시(Residency in Residen cy)가 있는 구성이다.

공간과 상황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서 구성한 프로그램과 음식을 매개로한  개별 워크숍을 통해 초대받은 사람들이 상호작용에 참여하도록 유도하였다. 초대하고, 맞이하는 공간. 때로는 조금 차갑고, 다소 꽉 차 있어 오히려 버려 지거나 텅 비어있다고 느껴지기도 하는 장소에 개입하고 참여함으로써 온기와 숨결이 순환할 수 있도록 구상했다. 가장 가깝게는 나의 친구들과 가족, 레지던시에 머무르는 작가들, 우리에게 점심 을 제공해 주시는 회사(욱성화학: 예술지구_P 설립 및 후원) 식당의 스태프분들, 혹은 이들의 친구·가족에서 시작해서 나와 전혀 관계를 맺지 않은 사람들까지 이곳이 오가는 사람들의 온기가 순환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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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 포스터 2 >   (841*594mm), 2021

​< 전시 포스터 1>  출력영상,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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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를 위한 콜라주>, 2021

1. 꽃집 만들기 | Flower Shop Building

    a. 공용공간과 스튜디오 입구 | Community Space and Studio Entrance

앞선 글에서 언급 했듯 레지던시 공간에 개입해 '꽃집'이라는 개념의 틀을 실제 사용이 가능한 시각적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 공간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해서 개인 스튜디오 공간의 2/3정도를 사용해 식사가 가능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스튜디오 앞에 짐이 많아서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잘 하지 못하는 공용공간을 청소하고 재구성해 역시 사람이 모이는 것이 가능하면서도 생활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꿨다.

청소와 정리를 기본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는 공간을 되살리는 것 외에도, 이를 위해 사용한 재료는 레지던시 공간에 존재하지만 사용하지 않는 책장과 소파, 선반과  같은 가구, 택배상자, 합판, 거울 등을 수집해 사용했다. 버려진 골판지를 손 맛이 느껴지는 포인트 재료로 사용하고 몇 가지 구속한 부속품(바인더, 바퀴,  LED 등 커튼 등)을 구입해 개인 소장 소품과 함께 작업실 창문을 마치 꽃집의 키오스크(Kiosk)와 입구로 보이도록 캐노피와 조명, 간판과 접이가 가능한 선반을 설치했다. 이때 스튜디오 문에 단 동그란 합판, 키오스크의 선반 조차 제작한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주워 사용하였는데 이는 최대한 새로운 물질을 소비하지 않고도 주어진 안에서  마땅한 개선이 이뤄질 수 있음을 ​바로 보여주며 제안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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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꽃집 만들기 | Flower Shop Building

      b. 스튜디오 내부 | Studio Space

실내와 외부를 구분하는 얇은 스크린을 대신해 두툼한 천 소재의 커튼으로 분위기를 바꾸고 스튜디오 앞 공용공간에 놓였지만 제대로 사용하지 않던 책장에 바퀴를 단 것을 가지고 들어와 생활 공간고 분리 하였다. 이때 한 쪽은 생활공간에서 사용하는 신발장, 반대 쪽은 와인 잔을 넣을 수 있는 렉을 설치하여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테이블과 의자는 당근마켓에서 구하고 빈티지 시장에서 구한 꽃무늬  스카프로 공간 구분 겸 디스플레이를 할 수 있었다. 

1.  꽃집 만들기 | Flower Shop Building

      c. 공용공간 | Public Space inforont of Studio

공장지대를 개조해 만든 공간이라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많았지만 오랜시간 누적된 짐과 관리 부족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해 버려진 공간이 많았다. 이것도 청소와 재정비의 개입을 통해 커뮤니티 공간으로서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형했다.

카펫을 공수해 깔고, 있는 테이블과 소파의 배치를 바꾸고, 커튼을 달고 선반과 조명 등의 소가구를 배치했다. 스튜디오 공간에 사용했던 골판지 직조한 것을 활용해 스탠딩 조명도 만들었다. 특히 1층 부엌에 사용하지 않던 오븐을 위로 올려 비건 베이킹 워크숍을 진행하고, 꽃집의 명색에 맞도록 도자로 된 제품을 생산하는 작가 브랜드'가상다반'의 화분을 한 쪽에서 팝업 스토어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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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손님 초대하기 | Invite Guests          (via@practice.makes.practice)

워크숍 진행을 위해 이메일, 전화로 신청을 받고 개인 모두에게 초대장을 보내는 작업을 했다. 초대장과 포스터에 들어가는 버섯은 직접기른 식재료 이자 이 곳에서는 꽃과 같이 사용하였다.  초대의 말을 보냄과 동시에 워크숍 참여를 위해 각자 원하는 식재료를 가지고 올 것을 당부했다. 이 장치는 내가 레지던시 공간에 불어 넣고 싶었던 온기가 순환하는 구조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손님은 무엇을 가져갈지 고민하는 순간부터 워크숍에 참여가 시작된다. 이 과정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일 주일 단위로 식재료를 가져온 손님의 손과 식재료를 함께 사진 촬영해 업로드 하였다. 완성해 손님과 나누어 먹은 요리를 함께 업로드 하면서, 며칠에 오신 손님이 가져온 무엇으로 만들었다는 정보를 제시했다. 이 정보를 통해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방문했던 손님 스스로는 자신의 재료로 만든 결과물이 어떤 지를 알 수 있다.

 

이 과정을 실행하며 누군가를 위하는 마음으로 재료를 가져오고 또 그것을 기꺼이 나누는 수고스런 과정을 함께 함으로서  '온기의 순환'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지점을 공유하였다. 여러가지 식재료는 나의 손을 거쳐 때로는 익숙한 조화를 이루기도하고 의외의 조합을 만들었으며 이것이 이 워크숍 과정을 이끄는 핵심이다. 

3. 워크숍  진행  | Workshop Process

​앞서 말했듯, 초대를 받은 손님(워크숍 신청자)들은 워크숍 신청 후 사실 참여 신청을 하고 또 무엇을 가져갈지 생각하고 준비한다는 것이 여간 귀찮은 것은 아니지만 그 덕으로 나는 즉흥적으로 음식을 마련하고 이것이 때로는 아는 이에게, 또는 모르는 이에게 전달 됐을 때의 반응과 소통의 과정을 면면히 관찰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 Practice Makes Practice가 지향하듯, 음식을 매개로 사람들과 재료와 의도에 대한 이야기 뿐 아니라 공간에 대한 이야기, 계획, 사람, 가구, 그릇, 와인, 심지어 피곤해서 부은 얼굴에 대해서도 가리지 않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다음의 사진은 왼쪽이 손님들이 가져온 재료와 그들의 손을 함께 촬영한 사진이며 오른쪽은 전 손님이 가져온 재료로 만들어 대접했던 식사의 사진이다. 재료의 활용과 흐름은 작가가 주도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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